조용한 퇴사를 선택한 워킹맘들의 이야기
출근 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출근보다 30분 일찍 나섭니다.
아침부터 중요한 미팅이 있어 지각은 안 됩니다.
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무사히 도착하고 나니 이미 하루 에너지의 30%가 소진되었습니다.
아이와의 작별 인사, 출근길의 교통체증, 그리고 팀장의 무심한 “어제는 왜 이렇게 빨리 갔어?” 멘트까지..
워킹맘은 이렇게 일과 감정의 끊임없는 줄타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일도 육아도 모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현실의 무게 속에서 점점 작아져 어느 순간 그 마음 자체를 접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선택으로는 책상에 조용히 놓여진 사직서, 그 속에는 '개인 사정'이라는 짧은 내용으로 용한 퇴사의 전형적인 풍경입니다.
오늘은 그런 워킹맘들이 왜 그토록 조용히 회사를 떠났는지를 되짚어보는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조직 문화의 균열, 정체성의 상실 그리고 말할 수 없었던 감정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일도 육아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부서지는 과정
워킹맘은 누구보다 일에 책임감을 가지며 회사에 복귀합니다.
단지 생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아이와 나, 삶 전체를 지탱하기 위한 균형을 잡기 위한 시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쉽게 그 복귀를 '예외 상황'으로 대합니다.
✔ 아이 병원 예약 때문에 오전 반차 사용 : 자주 자리를 비우는 사람
✔ 퇴근 직후 아이 픽업 때문에 회식 불참 : 팀웍을 떨어뜨리는 팀원
✔ 직무 변경이나 업무 조정 요구 : ‘배려’가 아닌 ‘불편함’으로 오해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워킹맘은 점점 더 회사 내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이 갈등을 줄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득하게 되고, 누적된 감정 끝에 조용한 퇴사로 이어지는 감정적 이탈이 시작됩니다.
‘아이 때문’이라는 퇴사 이유 뒤에 숨겨진 진짜 마음
많은 워킹맘들이 퇴사할 때 “아이에게 더 집중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더 복잡하고 더 조직중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 육아휴직으로부터 복귀 후, 배치된 업무가 이전보다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범위 밖으로 밀려남
✔ 돌봄 공백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
✔ 출근만 정상적으로 해도 고맙게 여기는 애매모호한 분위기
✔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거리두는 것이 느껴짐
워킹맘 본인도 이 모든 걸 겪음으로서 조직이 지속적으로 본인을 ‘예외자’로 분리하고 있다는 것을 당연히 느낍니다.
그래서 퇴사 결정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더는 이 조직 안에서 ‘정상적인 직장인’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부터 기인하게 됩니다.
그들은 언제부터 회사를 떠날 준비를 시작했을까?
조용한 퇴사는 단 하루의 감정으로 결정되지 않고, 워킹맘에게는 더더욱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서서히 정서적 이탈을 준비하곤 합니다.
✔ 복직 첫날, “OO님, 일 다 빠졌지?”라는 농담에서 시작된 거리감
✔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회의에선 웃으며 앉아 있는 스스로를 보며 느끼는 회의감
✔ 회사에서 더 이상 미래의 자신을 그릴 수 없다는 갑갑함
✔ 혼자 오만 감정을 소진하며 퇴근길에 눈물 훔치는 날들이 반복됨
조직은 이러한 감정 신호를 거의 인식하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업무가 돌아가고 있고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 “잘 적응중인가보군” 정도로 해석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이미 퇴사의 결심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습니다.
왜 조용히 떠나는가: 말할 수 없는 구조와 감정의 부채
“왜 그때 더 말하지 않았어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조직 안에서 워킹맘은 감정이 과하면 문제, 없으면 소외되는 존재가 되기 쉽습니다.
✔ “다 이해해. 근데 OO님만 힘든 것도 아니고 우리 다 힘든거 알잖아.”라는 말
✔ “그래도 OO님은 출산 휴가 가서 쉬고 왔잖아. 그 정도 쉰거면 복 받은 거야” 같은 비교
✔ “한창 일할 때인데 애 키우느라 커리어 놓치는 거 아깝지 않아?”라는 영혼 없는 조언
이런 말들 앞에서 워킹맘은 자신의 피로, 좌절, 고립감을 삼키고 묵인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떠나는 순간에도 회사에 감정을 남기지 않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용한 퇴사를 택합니다.
떠나지 않게 만드는 조직은 어떻게 다를까?
모든 워킹맘이 퇴사 특히 조용한 퇴사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일을 좋아하고 일을 통해 본인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보장돼야 합니다.
진짜로 워킹맘을 남게 하는 조직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 육아휴직 후 복귀자를 위한 ‘Re-Onboarding’ 프로그램 보유
✔ 팀장의 공식적인 역할 환영 → 존재감 회복
✔ 업무 분배 시 가족상황은 고려하지만, 하향 배치가 아닌 수평/병렬형 배치
✔ 돌봄 상황 공유가 감점 요인이 아닌 '정보'로 인식
✔ 팀원 교육을 통한 육아 인식 개선 → 워킹맘의 부담 분산
이러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조직은 궁극적으로 단순히 퇴사를 막는 것 뿐만 아니라 일과 삶이 충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만듭니다.
워킹맘의 조용한 퇴사는 시스템이 만든 선택지다
조용히 퇴사한 워킹맘은 회사에 앙심을 품은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와 일, 그 속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을 좋아했기에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말하려다가 멈췄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라 떠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조용한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회사는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묻습니다만 워킹맘들에게 먼저 필요한 건 과연 이 회사에서 내가 말할 수 있었던 구조였는가? 그리고 말했을 때 받아들여질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조용한 퇴사를 줄이는 방법은 복리후생을 확대시키는 것보다 감정의 언어가 살아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들은 ‘일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단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