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

조용한 퇴사 vs 조용한 입사, 직장 안 보이지 않는 전쟁

detailedchloe 2025. 7. 11. 23:44

요즘 회사에서는 누군가가 이직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조용히 사라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회사는 그대로인데, 참여도나 몰입도는 확실히 줄어든 동료들.

이것이 바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입니다.

 

출근은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이미 회사를 떠난 상태.
동시에 기업은 외부 채용 없이 기존 인재의 재배치나 역할 확장으로 사람을 채우는 ‘조용한 입사(Quiet Hiring)’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말없이 물러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말없이 채워 넣는 이 흐름.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과 조직은 동시에 바뀌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용한 퇴사와 조용한 입사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충돌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 속에서 개인이 본인의 커리어를 지켜내기 위한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조용한 퇴사와 조용한 입사

조용한 퇴사: 감정적으로 더는 회사에 기대지 않는 방식

조용한 퇴사는 태만함이나 무기력이 아닙니다.
이제 더는 조직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이자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업무 외 활동은 최소화하고 성과는 유지하되 성장이나 승진은 추구하지 않으며,
직장 안에서의 정체성보다는 개인의 삶을 우선시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원들은 몸은 남아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이미 회사를 떠난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 현상이 조직 내부에 널리 퍼지게 되면 회사는 겉으론 안정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너지와 충성도가 사라진 구조 속에서 내부적으로 서서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조용한 입사: 말 없는 채용, 보이지 않는 역할 확장

조용한 입사란 회사가 새로운 직무나 책임을 외부 채용 없이 기존 인력으로 채우는 전략입니다.

팀 개편, 조직 재배치, 단기 계약직 활용 등을 통해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죠.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아 채용이 부담되는 시기엔 이 방식이 매우 흔해졌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입사의 문제는 직원에게 명확한 설명이나 보상 없이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역할을 확장시킨다는 점입니다.

특히 성과와 인정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때 직원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소모적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이때 조용한 퇴사와 충돌이 시작됩니다.

 

이 두 현상은 직장 안에서 어떻게 충돌하는가

조용한 퇴사를 선택한 직원은 더 이상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회사에 전적으로 투자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직은 말없이 그의 역할을 늘리고 책임을 더하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은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입니다.
“어차피 승진도 안 되고 인정받는 것도 보상도 없는데, 왜 더 해야해?”

한편 회사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잘 하던 사람이니까, 이 일도 맡아줄 수 있겠지.”

결국 감정적으로 거리를 둔 직원에게 더 큰 책임이 주어지게 되고 이는 몰입 부족과 반발, 무기력으로 이어집니다.

양측 모두 말은 하지 않지만 그 사이엔 감정적 긴장과 피로가 서서히 쌓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이 교차점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전략

조용한 퇴사 상태에서도 커리어를 잃지 않으려면 전략이 필요합니다.
회사를 향한 감정은 줄이더라도 내 이력과 성장 곡선은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몰입 대신 ‘최소한의 성과는 내되, 과업 중심으로 내 성장 포인트를 정리’하는 방식이 유용합니다.
지금 내가 맡은 일이 어떤 역량을 키워주고 있는지를 스스로 기록하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보상 없이 역할이 확장된다면 그 변화들을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훗날 이직을 하거나 성과 협상을 할 때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내 경력 전체를 설계해줄 것이라 기대하기보다는 직장 밖의 활동(사이드 프로젝트, 커뮤니티, 브런치 등)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장해두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조직이 이 흐름을 방치하면 생기는 문제

조직이 조용한 퇴사를 단순한 게으름으로 조용한 입사를 유연한 전략으로만 본다면 중대한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표면상 이직은 없는데도 몰입도는 급락하고, 성과보다 감정 소진이 앞서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해도 보상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 정말 필요한 인재들이 먼저 마음을 접습니다.

결국 회사는 아무도 떠나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역할만 남고, 주인은 사라지는 구조.
그것이 조용한 입사와 퇴사가 겹쳤을 때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말 없는 시대, 감정과 전략을 설계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조용한 퇴사와 조용한 입사는 모두 말없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직장 내에서 감정, 권한, 책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왜 몰입하지 않느냐고 묻고, 직원은 왜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느냐고 되묻습니다.
하지만 이 대화는 말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저 ‘침묵’ 속에서 계속 어긋납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중요한 건 나의 감정 상태를 알고 그 안에서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정하는 능력입니다.

말 없이 주어진 역할을 단순히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다시 해석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축적되도록 설계하는 것.
그것이 조용한 퇴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