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

조용한 퇴사를 넘어: 조직에 남은 이들의 리더십 전환

detailedchloe 2025. 7. 23. 23:59

조직은 사람들이 떠난 뒤에야 변화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퇴사하고 나서야 질문을 던진다. 왜 떠났는가, 무엇이 그를 지치게 했는가. 하지만 조직에는 남은 사람들도 있다.

떠나지 않았다고 해서 무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떠나지 않는 선택’을 한 만큼 더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

조용한 퇴사란 단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정서적 거리두기, 조직에 대한 몰입의 해제, 그리고 감정의 철수를 의미한다.

누군가는 말없이 빠져나가고, 또 누군가는 회사에 남지만 마음은 멀어진다. 떠난 사람의 자리는 채워질 수 있지만, 남은 사람의 무게는 쉽게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늘은 조용한 퇴사가 지나간 후 그 자리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들은 조직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변화의 책임을 마주하며, 결국 어떻게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받게 되는지를 다룬다.

리더십은 직책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조직 안에서 감정의 공백을 감지하고, 소리 없는 피로를 다독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조용히 조직을 붙들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리더십이 절실해졌다.

 

조직에 남은 이들의 리더십 전환

조용한 퇴사가 남긴 자리, 무거운 감정

조용한 퇴사는 말이 없다. 사직서 한 장 없이도 사람은 충분히 멀어진다.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생각보다 오래 진공 상태로 남는다. 업무는 잔류인들에게 분배되지만 정서는 회복되지 않는다. 남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일을 맡게 되고 동시에 더 많은 피로를 흡수한다.

그들은 “내가 왜 이 일까지 해야 하지?” 라고 말하는 대신 속으로만 쌓는다. “이건 그 사람 일인데.”

조용히 떠난 사람이 남긴 감정의 빈틈은 누구에게도 설명되지 않는다. 리더는 단지 남은 사람들에게 일을 나누며 ‘남아 있는 분들이 해줘야죠. 힘들겠지만 잘 부탁해요’라고 말할 뿐이다.

공정성은 생략되고 진정한 위로는 사라진다. 그 순간 남아 있는 사람도 무언가를 잃는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감정은 말 대신 태도로 드러난다. 회의 시간의 침묵, 제안 없는 피드백, 질문 없는 보고서, 자발성이 사라진 조직이 남는다.

 

떠나지 않은 선택, 떠나지 못한 책임

남아 있는 사람들은 자주 오해받는다.

“이 사람들은 그래도 괜찮은 거겠지.”, “버티는 걸 보면 우리 회사에 만족하고 다니는 거야.”라는 식으로.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떠나는 건 용기지만, 남는 건 결심이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 이유로, 또 어떤 사람은 조직에 대한 마지막 애정으로 남게 된다. 그들은 떠나는 대신 남기로 했지만 그 선택이 가벼웠던 적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에게 조직이 어떤 감정적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아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책임을 떠안고, 더 무거운 일을 짊어진다.

그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은 빠져 있다. 조직은 ‘남은 자’에게 ‘떠난 자’의 몫까지 요구한다.

이 때 기대와 책임의 균형이 무너지면 리더십이 생겨나는 대신 피로만 쌓인다.

 

비공식 리더십의 탄생

이제 조직 안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이 등장하고 있다.

직책도 없고 리더라는 명함도 없지만 팀의 분위기를 조율하고 감정을 회복시키는 사람들.

그들은 조용히 팀의 에너지를 살피고 말 없는 동료의 피로를 감지하며 눈치 없이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조율한다.

이들은 직책만 리더라고 새겨진 사람들과는 다르다.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신뢰는 두텁고 지시는 하지 않지만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있다.

회사의 공식적인 피드백보다 한 마디의 말이 더 위로가 되는 시점에서 조직은 이런 비공식 리더에게 의지하게 된다.

문제는 조직이 이들에게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정의 뒷정리는 늘 누군가의 몫으로만 남고, 그 수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리더가 책임지지 않는 감정을 비공식 리더가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 노동을 리더십으로 오해하지 않기 위해

비공식 리더십은 위험하다. 감정 조율이 과도하면 결국 그 사람도 지친다.

“조직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잘 살펴주는 사람”, “조용히 다독이는 사람”이라는 역할은 처음에는 인정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게가 된다.

공식 리더가 책임져야 할 감정의 관리를 비공식 리더인 어느 팀원에게 떠넘기면 결국 감정은 역할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진짜 리더십은 감정을 떠넘기지 않는다. 조용한 퇴사의 여파로 생긴 조직 내 감정의 공백은, 공식 리더가 구조적으로 설계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다. 인정하지 않고 제도화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 먼저 지친다.

그리고 결국 그 사람도 조용히 떠날 수 있다.

 

이제는 태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 조직에 필요한 리더십은 말 많은 리더가 아니다.

방향을 말할 수 있는 사람, 감정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실수를 수용할 수 있는 태도. 이 모든 것은 스킬이 아니라 태도다. 감정의 흐름을 감지하고, 정서적 위험 신호를 조기에 알아차리며, 조용한 피로에 언어를 제공하는 리더.

그들이 바로 조용한 퇴사 이후에 필요한 리더다. 팀원들이 더 이상 말하지 않기 때문에, 리더는 감정을 읽어야 한다. 구성원이 사직서 대신 침묵을 선택하기 때문에, 리더는 먼저 묻고, 기다리고, 인정해야 한다. 태도는 말보다 느리지만, 감정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조직은 리더십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조직은 리더십을 권한의 위임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의 설계다.

조용한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사람들의 피로는 단순한 인력 부족이 아니라 감정 부족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업무보다 감정을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때 조직은 감정의 설계자가 필요하다.

누가 감정을 담당하고, 누가 피로를 감지하고, 누가 회복의 문장을 만들 것인가. 이게 바로 리더십의 재정의다.

더 이상 직책만으로는 감정을 다룰 수 없다. 사람은 이직보다 감정으로 떠난다. 조직은 그 감정의 흐름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변화의 시작이다.

 

 

조용한 퇴사 이후 과연 조직은 달라졌을까?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여전히 남아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중요한 건 남은 사람이다.

그들은 여전히 일하고 있지만 감정은 지쳐 있고, 책임은 늘었지만 인정은 줄었다.

지금 조직이 놓치고 있는 것은 이들의 감정이다. 이들이 지치면 조직은 버티지 못한다.

조용한 퇴사 이후의 조직은 무조건적인 회복보다 설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설계는 감정을 읽을 줄 아는 리더, 감정을 설계할 줄 아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리는 능력. 침묵 속의 피로를 감지하는 감각. 그것이 지금 필요한 리더십이다.

조직은 이제 말 많은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읽는 사람을 리더로 세워야 한다.

감정이 안전해야 업무도 지속된다. 감정을 돌보는 조직만이 진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