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에서 점점 더 많이 들리는 말 중 하나는 조용한 퇴사다.
사람들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대신 감정적으로 떠난다.
성과는 겨우 유지하지만 몰입이나 열정은 사라진 채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한다.
이런 조용한 퇴사 트렌드는 더 이상 일부의 문제나 단기 유행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내에 퇴사자가 없는데도 업무 동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면 이미 조용한 퇴사 현상이 내부에 퍼져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남아 있는 사람, 즉 조용한 퇴사도 하지 않고 회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지쳐가고 있다.
일을 몰아서 떠맡거나 회사를 대신해 분위기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진짜 직장인’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이직하지 않고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커리어와 정서적 건강을 동시에 유지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몰입하지 않는 조직에서 몰입하는 사람의 역설
많은 직장인들이 이제는 더 이상 회사에 과몰입하지 않는다.
야근을 줄이고, 회식에 참여하지 않으며, 성과 외 부분에서 자발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변화가 조직 전체에 확산되었을 때다.
누군가는 반드시 남겨진 일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조용한 퇴사 대신 남은 사람이다.
몰입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은 더 부담을 지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하지?”라는 자문을 하기 시작한다.
조용한 퇴사 속에서 남아 있는 직장인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일과 나의 연결 고리를 재정의하고, 감정의 소진을 방지하는 개인 전략이 요구된다.
이제는 몰입을 조직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내가 설계하고 조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다.
진짜 직장인은 ‘균형’을 유지한다
조용한 퇴사로 무너지는 건 단순히 몰입도만이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Balance), 사람과의 관계, 정체성까지 흔들린다.
회사는 당신을 ‘업무 단위’로 보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당신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할 수 있다.
이때 진짜 직장인은 균형점을 세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역할과 범위’를 스스로 설정하는 감각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과 감정의 총량을 구분해내야 한다.
이 정도는 내가 받아들이겠다는 기준을 먼저 정해두지 않으면 타인의 기대와 조직의 빈자리를 모두 대신하게 된다.
또 하나의 전략은 ‘관계의 거리두기’다.
업무는 책임지되, 타인의 감정까지 떠안지 않는 태도는 직장 생존에 필수다.
내가 한 업무가 타인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상사가 나를 어떻게 볼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면
나도 조용한 퇴사의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감정의 언어를 가진 사람만이 버틴다
직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안 떠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 감정을 알아채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진짜 생존 전략이다.
조용한 퇴사가 퍼지는 조직에서 감정은 침묵 속에 억눌려 있다.
감정 표현이 부담스럽고, 피로하다는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른 채 계속 일하면, 어느 날 스스로도 모르게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다.
그 전에 스스로 감정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이 일에 흥미가 확실히 줄어들었구나”
“이 팀 분위기에서 나는 위축되고 있네”
이렇게 감정을 해석하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회복력이 커진다.
진짜 직장인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서적 상태를 읽고 회복하는 루틴을 가진 사람이다.
커리어는 외부 변화보다 내부 설계에 달렸다
조용한 퇴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회사의 문화, 제도, 보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언제 변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내 커리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축적 중심의 업무 태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게 어떤 역량을 쌓게 해주는지를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기획력을 기르기에 좋다”
“이 보고서는 나의 정리 능력을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겠어”
이런 관점이 생기면 조용한 퇴사를 하고 싶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직은 변하지 않지만 내가 업무를 바라보는 태도는 스스로 바꿀 수 있다.
퇴사를 하지 않고도, 떠나지 않고도 변화하는 사람이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떠나지 않는 대신, 나를 지키는 직장인
조용한 퇴사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 말 없이 버티는 것이다.
떠나지도 못하고, 몰입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태가 정신적 건강과 커리어를 동시에 무너뜨린다.
진짜 직장인은 그 사이에서 선명한 나만의 기준을 세운 사람이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받아들일 관계와 거리를 둬야 할 감정, 쌓을 업무와 넘겨야 할 책임을 구분하는 사람.
조용한 퇴사 속에서도 몰입을 잃지 않고, 방향을 잃지 않는 직장인.
그들은 떠나지 않되 스스로를 지키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게 바로 이 시대의 ‘진짜’ 직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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