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는 단지 일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라는 구조에 내 삶의 모든 것을 걸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그들은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 이미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있다.
이런 흐름과 동시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트렌드가 있는데, 이것은 바로 ‘슬래시 커리어’다.
슬래시 커리어는 한 직업 외에 또 다른 역할이나 수익원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회사원이면서 동시에 크리에이터이거나, 강사이거나, 작가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사람들.
이들은 하나의 명함, 하나의 타이틀에만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조용한 퇴사와 슬래시 커리어는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다른 흐름처럼 보일 수 있다.
전자가 일에서 빠져나오는 움직임이라면 후자는 일의 개수를 늘리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용한 퇴사와 슬래시 커리어는 지금 이 시대 직장인들의 진짜 선택지를 보여준다.
오늘은 조용한 퇴사와 슬래시 커리어가 어떻게 같은 흐름 속에서 탄생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여 왜 지금의 직장인들은 ‘침묵과 확장’을 동시에 선택하고 있는지, 그 안에 담긴 심리적 전환과 전략적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하나의 직장에서 기대를 걷고 다른 세계에서 나를 새롭게 설계하고 확장하려는 사람들.
그들이 움직이는 이 조용한 확장은 조직도, 사회도, 커리어의 의미마저도 바꾸고 있다.
조용한 퇴사: 조직에서 기대를 거두는 사람들
조용한 퇴사의 핵심은 ‘더 이상 쓸데없는 감정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무기력하거나 방임하는 태도가 아니고 오히려 너무 많은 감정을 썼던 경험 끝에 내린 결정이다.
계속해서 내는 피드백은 무시당할 뿐더러 성과는 누군가의 이름으로 귀속됐으며, 성장 기회는 내가 아닌 소수에게만 주어졌고 업무는 늘어났지만 권한은 그대로였다. 그 것을 느낀 사람들은 업무와 조직에 몰입을 중단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주어진 업무는 성실히 수행하되 더 이상 회사에 나의 가능성을 전부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는 더 이상 나의 삶을 대신 짜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일종의 ‘심리적 이직’을 먼저 한다. 감정은 떠났지만 몸은 남아 있는 상태.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럼 나의 나머지 가능성은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이렇게 슬래시 커리어가 시작된다.
슬래시 커리어: 하나의 역할로는 부족한 사람들
슬래시 커리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었다.
하나의 직업만으로는 불안정하고 하나의 역할만으로는 나의 가능성이 닫히는 느낌이 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슬래시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는 없으니까
- 회사 일만 하면 내가 너무 좁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 할 때를 위해 다른 기반이 필요하니까
이것은 단순한 수익 다각화라고 볼 수 없다. 정체성과 생존을 동시에 확장하는 방법이다.
더 이상 조직 안에서만 본인의 커리어를 설명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외부로 자신을 분산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대부분 ‘조용한 퇴사’에서 비롯된다.
조직 안에서 의미를 잃은 사람들이 조직 밖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할 때 슬래시 커리어는 태어난다.
침묵 속에서 확장되는 커리어 전략
조용한 퇴사와 슬래시 커리어는 표면적으로는 상반되어 보인다.
하나는 열정이 철수되는 것, 하나는 열정의 분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은 본질적으로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 조직에만 의지하지 않겠다
- 내 커리어를 내 손으로 설계하겠다
- 감정을 지키기 위해 감정을 나누겠다
이 전략은 커리어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움직임이다.
회사라는 하나의 기둥만으로는 불안정한 시대에 사람들은 여러 개의 가능성을 자신에게 부여하며 ‘여기 아니어도 나는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감정을 가진다.
슬래시 커리어는 바로 이 감정의 확장이며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생각보다 오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조용한 퇴사 대신 ‘조용한 확장’을 선택한 사람들의 내면 심리
슬래시 커리어는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다.
사이드 프로젝트, 강연, 브런치 연재, 유튜브, 커뮤니티 운영 등.
그러나 이 모든 흐름의 기저에는 매우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질문이 있다.
“나는 이 회사가 없어도 괜찮은 사람일까?”
이 질문은 불안과 두려움이기도 하고 자립의 시작이기도 하다.
조용한 퇴사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 이전까지 직장에서의 내 역할이 나의 정체성 전부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회사가 나를 대체 가능한 자원처럼 다룰 때 그들은 스스로도 자신이 ‘수많은 역할 중 하나’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때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결심을 한다.
- ‘이제 내 커리어는 내 손으로 설계하겠다’
- ‘소속이 아닌 실력을 기반으로 존재하고 싶다’
- ‘내가 가진 영향력을 다른 형태로 써보고 싶다’
이 감정은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팀장에게도 말하지 않고, 동료들과도 나누지 않는다.
조용히 출근하고, 조용히 본업을 마치고, 조용히 저녁마다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현상을 ‘조용한 확장’이라 부를 수 있다.
조직은 이 흐름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가?
많은 조직은 조용한 퇴사를 ‘의욕 없음’으로 해석하고 슬래시 커리어를 ‘회사 밖 욕심’으로만 본다.
그러나 이 두 현상은 오히려 조직이 변화하지 못하는 구조에 대한 직장인의 전략적 반응이다.
회사는 “왜 직원들이 더 이상 회식도 안 하고, 사내 행사에 참여도 안 하지?”라고 묻는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그 반대다.
“직원들이 왜 조직 안에서 정서적 연결을 느끼지 못하게 됐는가?”
게다가 슬래시 커리어를 ‘회사 외에 에너지를 쏟는 일’로 비판하지만 그 전에 회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 조직 안에서는 그 사람이 어떤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가?”
“조직 내에서 커리어 설계의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가?”
슬래시 커리어는 직장인의 ‘탈출’이 아니라 내면의 ‘설계’에서 비롯된 흐름이다.
조직이 이를 오해해서 잘못 해석하면 진짜 인재를 잃는다.
그리고 소중한 인재는 말 없이 다른 영역에서 의미를 찾게 된다.
커리어의 중심이 조직에서 ‘나’로 이동하는 시대
이제 사람들은 커리어의 주어를 ‘회사’에서 ‘나’로 옮기고 있다.
예전에는 이직을 커리어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복수 커리어’가 새로운 기본이 되고 있다.
즉, 하나의 커리어가 부실해져도 다른 커리어로 그 결핍을 메우는 구조를 개인이 만든다는 뜻이다.
이는 커리어의 ‘포트폴리오화’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때 슬래시 커리어는 이 흐름의 전형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회사에서 도망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회사 안에서 실망하거나 회사를 너무 잘 이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확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조용한 퇴사가 감정의 철수였다면 슬래시 커리어는 경력의 분산과 회복이다.
그리고 그 분산의 중심에는 한 가지 확신이 있다.
“내 커리어는 회사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구축하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는 떠남이 아니라 정서적 거리두기고, 슬래시 커리어는 퇴사 준비가 아니라 자기 확장의 언어다.
두 흐름은 모두 동일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회사에 기대지 않는다.
회사를 떠나지 않더라도 결코 그 안에서만 머물지는 않는다.
회사는 이 흐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잘 받아들여야 한다.
슬래시 커리어를 가지는 직원이 늘어날수록 조직 안에도 더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유입된다.
조용한 퇴사를 선택한 직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건 그 인재가 아직은 이 조직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이제는 조직도 개인도 깨달아야 한다.
커리어의 시대는 더 이상 직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조용한 변화가 가장 큰 구조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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