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에선 그 누구도 사직서를 내지 않는데도 분위기가 빠르게 식는다.
사람들이 더 이상 자발적인 참여를 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아 회의가 짧아지는데도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고 어디가 문제인지 감지하기 쉽지 않은 정서적 정체 상태, 그게 바로 조용한 퇴사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직원들의 ‘감정적 이탈’이 아닌 회사의 반응이다.
많은 조직은 이 현상을 단순히 ‘요즘 젊은 MZ 세대들만의 나약함’으로 치부하거나 성과만 잘 나오면 괜찮지 않냐는 식으로 달관한다.
혹은 겉보기에 뭔가 개선하려고 하는 척하면서도 전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게 된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는 더 낮아져 업무에 대한 몰입도는 더 떨어진다.
말 없는 퇴사는 점점 회사 전체의 분위기가 되고 결국 회사다운 에너지는 없는 상태가 되어간다.
오늘은 조용한 퇴사에 대해 실제 조직들이 보여주는 이상한 대처법들을 소개하고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더 깊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또한 그런 대응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진짜 필요한 조직적 대화와 전략은 무엇인지 함께 제시한다.
“요즘 애들은 책임감이 없어”라고 말하는 경영진
많은 기업에서 조용한 퇴사에 대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세대 탓이다.
"요즘 MZ는 눈치도 없고 책임감도 없어"
"이런 마인드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겠냐"는 식의 한탄만 반복한다.
이런 인식은 근본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셈이다.
직원들이 왜 조용히 퇴사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조직이 어떤 실수를 반복해왔는지는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
실제로 조용한 퇴사는 과도한 업무량, 불투명한 평가 시스템, 리더십들의 감정 무시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요즘 젊은 세대들의 문제로 치부하면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기존 리더십의 무능함은 보호되고 직원과 조직 간 감정적 거리는 더 깊어진다.
기성 세대가 젊은 세대를 탓하는 건 가장 쉽고 가장 무책임한 방식이며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조직들만이 하는 일이다.
"우리 조직은 워라밸이 좋아"라고 포장하는 경영 보고서
조용한 퇴사를 인식한 회사들 중 일부는 표면적으로 "우리 조직은 이미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운다.
주 4.5일제 도입, 유연근무, 재택근무 허용 등 겉보기에 화려한 정책이 제시된다.
하지만 그 내막은 재택근무 중 카메라 상시 켜두기, 유연근무제이지만 팀장 동의 없이는 사실상 불가한 환경, 주 4.5일제가 도입되었지만 금요일은 미팅 없이 ‘자율근무’만 허용하는 등 실용적이지 못한 꼼수형 정책은 오히려 직원들의 불신만 자라난다.
진짜 워라밸은 심리적으로 쉬어도 된다고 느끼는 환경과 쉬었다고 불이익 받지 않는 구조, 그리고 몰입하지 않았다고 눈치 보지 않는 조직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형식은 갖췄지만 내용은 없는 변화는 조용한 퇴사를 막기는커녕, 우리 회사는 우리 직원들의 생각은 전혀 모른다는 인식만 남긴다.
“몰입도가 떨어지는 직원은 관리가 필요합니다”라는 인사팀 보고서
HR 부서나 매니저급들은 조용한 퇴사자를 ‘위험 인재’로 분류한다.
그들을 따로 관리 대상자로 정리하고 면담을 통해 ‘조기 발견-조기 대응’하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몰입하지 않는 사람 = 조직에 부정적이고 해로운 사람’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 자체로 정서적 낙인을 찍는 셈이다.
직원이 조용한 퇴사를 택하는 이유는 지속적인 무시, 반복되는 불공정 제도, 피드백 없는 성과 구조, 감정 노동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데 이런 복합적인 요소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는 바로 너야."라고 말하는 순간 직원은 더 깊이 침묵하게 된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도 “저러다 나도 위로부터 찍히겠구나” 하는 두려움만 갖게 된다.
몰입하지 않는 사람을 관리할 게 아니라 몰입이 안 되는 구조부터 왜 몰입이 되지 않는지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자율과 책임은 공존합니다”라는 모순된 메시지
많은 조직이 조용한 퇴사 흐름에 대응해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자율을 주되 책임 있는 태도를 원한다”는 그 말은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책임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진짜 자율이란 권한, 시간, 일정, 방법까지 모두 통제하지 않는 구조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책임은 강요하지 않아도 심리적 안정감이 있으면 자연히 따라온다.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려면 그 전에 감정적으로 여유있는 상태를 주고 신뢰를 갖게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용한 퇴사는 오히려 더 가속화된다.
"그럼 대체 원하는 게 뭔데?"라고 되묻는 상사들
회사에서 자주 보이는 가장 현실적인 반응이다.
직원이 피로함을 드러내거나 몰입하지 못한다고 말하면 상사는 되묻는다.
"그럼 뭘 원하는데요?", "다 해줄 수는 없는거 알잖아요", "회사 다 힘들어요." "똑같은 말들 그만 요구하세요."
이건 내치기 위한 질문이지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결국 직원이 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말이다.
조용한 퇴사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도 아니고 월급이 적어서만도 아니며 상사가 나빠서만도 아니다.
감정을 표현할 수 없고 말이 안 통하여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원하는 게 뭔데?"라고 묻는 건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이 아니라 더 이상 말을 하지 말자는, 즉 대화를 끝내자는 시그널일 뿐이다.
직원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묻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해주는 리더십이다.
직원이 방향을 모르고 있다면 그건 직원만의 책임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소통 실패다.
이상한 대답을 멈추고 진짜 대화를 시작하라
조용한 퇴사에 대한 회사의 반응이 이상한 이유는 단 하나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제도를 만들고 이유를 직원 탓으로 돌리고 형식적으로 대화를 시도하지만 결국 감정은 이해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
지금 조직에 필요한 건 ‘사람들이 왜 몰입하고 있지 못하는가’에 대한 정직하고도 불편한 대화다.
성과, 평가, 책임, 권한, 문화, 언어, 감정, 회복. 이 모든 것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YES'라고 흔쾌히 대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조용한 퇴사는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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